요리·여행 넘어 경제 도서까지-냈다 하면 베스트셀러…서점가 유튜버 점령 - MK빌리어드 (2025)

“요즘 출판업계에서 저자 섭외 1순위는 스타 유튜버에요. 구독자 수 10만명 이상에 적당한 콘텐츠를 가진 유튜버라면 출판 요청 한 번씩은 받아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잘나가는 유튜버는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잡을 정도로 출판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졌어요.”

아동만화 ‘흔한남매3’는 지난 1월 초에 출간된 이후 5주 넘게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다. 구독자 170만명을 보유한 개그맨 출신 유튜버 흔한남매(한으뜸·장다운)의 콘텐츠에 백난도 작가가 글을 쓰고 유난희 작가가 그림을 맡은 이 책은 요즘 초등학생 사이에서 ‘친구에게도 절대 빌려주지 않는 만화책’이라고 불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에서의 인기가 출판 시장으로 이어진 대표 사례다.

지난해 말 서점가를 뜨겁게 달궜던 ‘펭수앓이’도 유튜브에서 시작됐다. ‘자이언트 펭TV’의 펭수 사진과 멘트를 모은 펭수 에세이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는 예약판매 3시간 만에 판매량 1만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뿐 아니다. 유튜버가 직접 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은 물론 책을 소개하는 ‘북튜버(북+유튜버)’로 인해 오래전 출간된 책의 판매량이 급증하는 ‘역주행’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즘 출판업계의 눈은 온통 유튜브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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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업고 유튜버 몸값 천정부지

▷다양한 콘텐츠·신규 독자 유입 긍정적

유튜버가 쓴 책이 주목받는 것은 탄탄한 고정 팬층이 있다 보니 쉽게 베스트셀러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수백 권이 넘는 신간이 쏟아지는 출판 시장에서 기존 인기 작가의 신간이나 유명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처럼 출간 전부터 입소문을 타는 경우가 아니라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수십, 수백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의 경우 플랫폼 파워를 이용해 자신의 책을 손쉽게 베스트셀러에 올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유튜버로 활동하다 베스트셀러 저자가 된 대도서관(유튜브 구독자 180만명), 흔한남매(170만명), 박막례(119만명), 김달(50만명) 등은 모두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파워 유튜버다. 저자가 직접 나서 자기가 쓴 책의 홍보대사로 뛰는 셈이니 웬만한 마케팅 효과를 훌쩍 뛰어넘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점도 유튜버 저자의 몸값을 높이는 요소다. 국내 독서인구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출판 시장이 그나마 현 상태라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독서인구 유입이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유튜버 저자들은 활자보다 영상 미디어에 익숙한 사람들을 서점으로 끌어들이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권병규 매경출판 편집팀장은 “유튜버가 쓴 책이 다 잘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어느 정도 판매부수는 나오는 경우가 많다. 팬덤에 의해 유입되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망해도 하한이 받쳐준다는 얘기인데, 출판사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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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분야 유튜버 활약 돋보여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상위권 싹쓸이

다양한 콘텐츠도 유튜버 저자의 경쟁력이다. 자기개발, 에세이, 경제, 교육, 요리, 여행 등 유튜버 저자가 낼 수 있는 책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게다가 기존에 쌓인 방송 콘텐츠를 활용해 빠르게 책을 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급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그때그때 읽힐 만한 소재의 책을 낼 수 있다는 점은 출판사의 구미를 자극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재테크 관련 분야에서 유튜버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는 유튜버 저자들이 접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교보문고와 예스24에서 2월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는 책은 핀테크 기업 두물머리 창업자인 천영록 대표가 쓴 ‘부의 확장’이다. 유튜브에서 ‘Julius Chun’으로 통하는 천 대표는 구독자 9만여명, 300만뷰 이상의 누적 뷰를 자랑하는 재테크 분야 스타 유튜버 중 한 명이다. 방송 콘텐츠를 바탕으로 ‘부자들은 고민이 있을 때 명함첩부터 뒤진다’ ‘10% 현금흐름을 만들어라’ 등 실용적인 재테크 철학을 책으로 엮었고, 출간 한 달 만에 1만5000부를 돌파했다.

교보문고 경제·경영 분야 2위에 오른 ‘재무제표 모르면 주식투자 절대로 하지마라’의 저자 사경인 회계사도 ‘사경인TV’를 운영하는 유튜버다. 이 채널은 영상이 19개에 불과하지만 증권사가 가장 선호하는 강사로 꼽히는 그의 강연과 인터뷰 영상은 인기 채널 ‘신사임당’ ‘삼프로TV’ 등에서 수십만 뷰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주식 투자를 위한 재무제표 지식과 회계 지식을 알려주는 이 책은 2016년 출간됐지만 최근 유튜브에 노출이 잦아지면서 역주행을 하고 있다.

교보문고 경제·경영 분야 주간 3위와 7위를 나란히 차지한 ‘내일의 부’ 1·2권도 유튜브 채널 JD부자연구소를 운영하는 김장섭(필명 조던)의 책이다.

▶책 소개 북튜버 영향력 상상초월

▷함량 미달 책…돈 받고 홍보 논란도

책을 소개하는 채널인 ‘겨울서점’이나 ‘책읽찌라’ 등 북튜버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출간 직후 인기몰이를 하지 못하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스타 유튜버가 소개하는 것만으로 출간 후 몇 달 혹은 몇 년이 지난 책이 갑자기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일이 심심찮게 나타난다. ‘유튜브셀러(유튜브가 만든 베스트셀러)’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다.

10억원 연봉 유튜버로 알려진 ‘라이프해커 자청’이 지난해 6월 ‘오타쿠 흙수저의 인생을 연봉 10억으로 바꿔준 5권의 심리학 책’이라는 영상에서 소개한 개리 마커스의 ‘클루지’가 대표적이다. 2008년 출간돼 절판됐던 클루지는 영상에 나온 이후 중고 거래가가 15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관심을 끌더니 결국 독자들의 빗발치는 요청에 재출간됐고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클루지와 함께 소개된 ‘정리하는 뇌’ ‘욕망의 진화’도 모두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며 유튜버의 영향력을 보여줬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자신이 즐겨 보는 채널 유튜버가 인생 책이라고 소개하는 행위가 구독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실제 구매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유튜버의 말 한마디에 책의 인기가 좌지우지될 만큼 유튜버가 출판 시장의 새로운 권력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적잖다. 유튜버가 쓴 책이 인기를 등에 업고 베스트셀러에 오르지만 함량 미달의 책이 많다는 지적이다. 또 책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유튜브셀러에 관한 잡음도 커지고 있다. ‘돈을 받고 베스트셀러를 만들어준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장은 “침체된 출판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는 유튜브가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유튜버가 쓴 책이나 소개하는 책이 정말 괜찮은 책인지 독자가 주관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47호 (2020.02.26~2020.03.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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